[월요인터뷰] '블루오션 전략' 창시자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유럽경영대학원) 석좌 교수

입력 2018-01-21 17:43  

"영원히 지속되는 경쟁전략은 없어… 애플·아마존은 창조하는 회사"

비용 싼 곳 찾아다니는 시대 지났다… 시장구조 바꾸는 창조가 정답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인간다움… 아이디어가 파워 이기는 조직 필요
'파괴적 혁신'으론 일자리 해결 못해… '비파괴적 창조'서 길 찾아야
희망 없는 산업은 없어… '사양산업=레드오션' 고정관념 벗어나야



[ 고재연/이심기 기자 ]
“당신의 회사는 경쟁하는 회사입니까. 창조하는 회사입니까.”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자 불쑥 질문이 들어왔다. 속으로 ‘뭐지?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본인이 입을 열었다. “경쟁만으로는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자문자답(自問自答)이었다.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블루오션 시프트》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국내에서 다시 블루오션 전략이 재조명받으면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면담과 외부 강연 등을 위해 지난 10일 한국을 찾았다.

▷경쟁은 나쁜 것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나는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경쟁우위는 기업 전략의 핵심입니다.

“1980년대로 돌아가 봅시다. 일본이 미국을 쓸어담던 시대였습니다.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 자동차 빅3를 휘청거리게 했습니다. 소니가 할리우드를 점령한다는 기사가 신문을 도배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번영이 영원했습니까.”

▷미국 기업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회복한 것도 경쟁력을 키운 결과 아닙니까.

“이렇게 묻겠습니다. 지금의 미국을 만든 패러다임이 경쟁입니까. 애플과 아마존은 경쟁하는 회사입니까, 창조하는 회사입니까. 본질은 경쟁을 넘어서는 창조적 역량에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습니다.”

▷한국의 유례없는 경제발전은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입니다.

“다시 1980년대로 돌아갑시다. 당시 나의 의문은 일본이 미국을 누르고 영원히 번영할 것인가였습니다.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 실제 일본은 한국에 당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금 한국도 일본과 똑같이 중국에 쫓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경쟁 전략은 없습니다. 한국 기업이 저임금과 낮은 원가를 제공하는 곳을 계속 찾아서 옮겨 다니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경쟁의 패러다임에 빠지면 안 됩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환경결정론에서 벗어나 다른 발상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회사입니까.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입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창조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합니다. 사양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입니다. 창조하는 회사는 사양산업에서도 돈을 법니다. 사양산업이 곧 레드오션은 아닙니다.”

▷사양산업에서 기회를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영 패러다임은 구조, 즉 환경에 맞춰 전략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략이 구조를 만듭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입니다. 중국이 아무리 설쳐도 여전히 사양산업에서 큰돈을 버는 선진국 기업이 즐비합니다.”

▷비결이 뭔가요.

“인간다움(Humanness)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경쟁 전략은 기업 환경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경제학도 모든 인간은 똑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경제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존재로만 보는 것입니다.”

▷합리적 존재로서 인간을 부정하는 건가요.

“모든 인간이 같다는 전제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인간다움이 빠져 있다면 창조적인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이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려면 인간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업은 성과와 지표로 말합니다.

“인간다움이 없는 회사는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이 가장 먼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돈은 캐논이 벌었습니다. 인간다움이 없는 회사에는 분석만 있고 결행력이 없습니다. 탁상공론만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경영에 인간다움을 끌어올 수 있나요.

“아이디어가 파워를 이기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승자가 되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은 톱다운 방식에 익숙합니다.

“의외로 CEO는 리스크를 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무슨 소리 하는 거냐’라는 한마디에 끝납니다.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책임지는 조직을 구축해야 합니다.”

▷창조를 위해서는 파괴가 필요합니다.

“조지프 슘페터 교수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가 한국에서는 파괴적 혁신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정답이 아닙니다. 파괴적 창조도 필요하지만 ‘비파괴적 창조’와 병행하지 않으면 고용의 문제를 겪습니다. 미국도 생산성의 역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파괴적 혁신에 매몰되면 기존 산업을 쓸어 버리고 일자리를 날려 버립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책 당국자조차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정부가 블루오션 조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 간 벽을 없애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국가블루오션전략회의(NBOS)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NBOS의 결정으로 주요 도시에 UTC(원스톱 행정서비스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여권 발급과 세금 납부, 각종 증명서 발급까지 모든 행정서비스를 한곳에서 해결합니다.”

▷행정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군요.

“그렇습니다. 핵심은 시간입니다. 여권 발급은 1시간이면 됩니다. UTC는 토요일 밤 10시까지 일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시간에 정부는 일한다.’ UTC의 모토입니다. 지난해 UTC를 찾은 인원이 5000만 명입니다. 행정서비스의 블루오션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노량진 고시학원에 가서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창업에 도전하라’고 얘기해 보십시오. 공허한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략과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도전정신도 좋지만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은 겜블링(도박)입니다. 성공 확률이 낮고 실패하면 재도전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블루오션 전략도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을 담은 ‘전략캔버스’ 한 장이 일류 컨설턴트가 작성한 수십 장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보다 더 뛰어납니다. 지난 10년간 수백 개 기업의 연구 사례도 녹아 있습니다.”

▷한국 CEO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습니까.

“희망이 없는 산업은 없습니다. 사양산업은 레드오션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레드오션에서도 돈을 버는 기업은 반드시 있습니다. 미래 경영은 창조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벤치마킹할 상대도 없습니다.”

■ "한경은 블루오션의 선구자"

인터뷰는 김위찬 교수가 지난 12일 서울 한국경제신문 본사를 직접 방문해서 했다. 김 교수는 “2005년 《블루오션 전략》 출간 전부터 한국경제신문은 가치혁신전략 연구소를 설립해 블루오션 열풍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경과 손잡고 한국이 블루오션으로 시프트(shift·이동)할 수 있도록 힘차게 해보고자 한다”며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 분야까지 확대 적용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경은 블루오션 전략에 뜻을 같이해온 ‘오랜 친구’”라며 “함께 손잡고 다양한 분야에 블루오션 전략 확산을 위해 협력하자”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블루오션 전략은 이론이 아니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블루오션 시프트》는 세계 300여 개 회사에 블루오션 전략을 적용한 결과를 담았다”며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 경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에게 ‘to many blue oceans ahead(당신 앞에 펼쳐진 수많은 블루오션의 세계로)’라는 문구와 함께 새해인사(사진)를 전했다.

■ 김위찬 교수는…

김위찬 교수는 2005년 출간한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으로 국제 경영학계의 판도를 바꾼 석학이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블루오션 전략연구원 공동원장이자 인시아드 보스턴컨설팅그룹 브루스헨더슨 석좌교수다.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원이며 유럽연합(EU)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의 목록인 ‘더 싱커스 50(The Thinkers 50)’ 2위에 올랐다. 《블루오션 전략》은 400만 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고재연/이심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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